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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Log - 개발자로써 장점?

BaekNohing 2024. 3. 24. 00:40

개요

얼마 전 가벼운 질문을 들었고, 며칠동안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햇수로는 3년이 되어가고, 2번의 성과평가에서는 최고점을 받은걸로 봤을땐 그래도 나름대로 일을 잘 한다고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내 개발자로써의 장점이 무엇인지? 는 따로 생각해본적이 없는 것 같더라구요.

한 이틀정도 곰곰히 생각해봤고, 간략하게 기록합니다.  


개발자로써

이 글을 쓰기 시작한 24년 3월 23일의 저는 22년부터 햇수로는 3년(기간으로는 2년 1개월)간 유니티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간 느꼈던 개발자로써의 제 장점은 다음과 같은데.

  1. 글을 잘 읽음 : 2022년 성인 연간 평균 독서량이 4.5권 이었었나.. 그걸 기준으로 한다면 그럭저럭 책을 읽는 편입니다. 뭐든 많이 읽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 언어영역은 무난하게 98% 안쪽을 유지했구요. 디자인을 전공하면서는 별 쓸모없는 능력이려나 싶었는데. 개발을 할때는 퍽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로버트. C. 마틴님의 말씀처럼 개발의 7~80%는 코드를 읽고 해석하는데 시간을 쏟게 되는데. 이제 저는 더 빨리 읽고 많이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 미세한 차이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장점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2. 글을 쉽게 씀 : 이게 쉬운 문장들을 잘 써내려간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제가 글을 써야할 때. 생각나는대로 별 어려움 없이 술술 쓰는 쪽입니다. 이게 왜 장점이냐면, 일하다보니 생각보다 코드가 아닌 종류의 글을 써야하는 순간들이 제법 있더라구요. 
    그런 일을 해야할 때 지나치게 큰 힘을 들이지 않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슈 로그를 남기거나 하는.. 귀찮은(?) 업무를 해야할 때.. 쉽게 할 수 있으니까, 제쪽에서 주도적으로 많이 작성하게되고 그러다보니 해당 이슈가 또 발생했을 땐 제가 주도권을 잡게되고.. 그렇습니다. 편리한 것 같아요
  3. 지적 도전을 즐기고 생각이 유연함 : MENSA 회원이라고 해서, 12자리 곱셈을 암산으로 해내고 카드게임에서 맨날 이기고.. 그런거 할 수 있는거 아니라고 그냥 퍼즐 좋아하는 사람들 모인 단체라고.. 난 활동도 안해서, 딱히 득보는거 하나도 없다고, 종종 해명할때가 있는데..
    사실 이득이 하나도 없는건 아닙니다. 느슨하게라도 소속된 단체가 있다는 건 정신건강에 좋은 일이고, 소속이 부여하는 어떤 편견이 저로 하여금 지적인 도전(=뭔가 모르는 상황)을 즐기게 만드는 등.. 구태여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을 뿐 나름대로 소소한 이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로써 일할 때 이따금씩 마주치는 문제들은 퍼즐과 결이 비슷해서 재밌습니다. 보이는대로 풀리는 문제들도 있지만, 한번 혹은 그 이상 꼬인 퍼즐들도 있고. 그런 문제를 풀때는 지금 접근하는 방향이 틀렸다는 것도 해결의 과정이니까요. 심지어 문제 외적으로 아주 엉뚱한 방법으로 접근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재밌어요.
  4. 근거 기반으로 사고함 : 디자인 학사과정을 거치면서 느낀건, 디자인은 선택의 기술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아름답게 만들거나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왜 이게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why를 쌓는 방법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근데 일을 하면서 보니까.. 상당히 많은 일들이 why는 뒷전으로 미루고, how에 집중해서 처리되고 있더라구요. 이 플래그가 왜 여기 들어가는지, 이 구조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지 않고, 마치 치트시트에 있는 커맨드를 무작정 따라 치는 것 처럼.. 좌우당간, 그런 상황에서 약간의 근거라도 붙이기 시작하면 발언이 강력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근거를 붙이기 위해서는 무언가 알아야 하니까.. 제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구요

동료로써 

팀플 조장도 해보고, 학회장 & 부회장도 해보고 팀원도 해보고.. 캐리도 해보고 하드 트롤링도(죄송합니다 ㅠ) 해보고 적당히 묻어가보기도 하고, 외주도 받았다가 랩실도 한번 가보고..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포지션으로 굴러봤고. 그러다보니 대애충 "아.. 이렇게 굴러가는거겠구나" 싶은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그 느낌은 2 항목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 프로젝트에 소속된 작업자 개인은 고유의 벡터 (방향과 힘)을 가지고 있다.
  • 외부 상황에 의해 작업이 지연되는 경우 작업하는 당사자 스스로가 풀어내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대충 이 두가지를 염두해두고, 내가 막히거나 지연되면 불가능함을 인정하고 빠르게 도움을 요청하고. 각 사람들의 진행방향을 보면서 "이쯤 막히겠지" 싶은 부분에서 서포팅을 들어가거나 하면 일이 막힘없이 착착 진행되더라구요. 

드라마틱한 뭔가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하면 막 다 죽어가는 팀을 멱살잡고 끌고가는 등..) 그런 장점은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on / off 할 수 있는 기능이니까, 충분히 저에게 귀속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으려나.. 그렇게 생각합니다.